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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포스트시즌 4차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머쥔 LA다저스. 누구보다 류현진은 전날의 아픔이 있었기에 이날 승리가 더할 나위 없는 기쁨으로 다가왔다. 클럽하우스에서 샴페인을 뿌리며 승리의 세리머니를 펼치는 류현진의 모습이다.(사진=LA다저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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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일기를 통해 인사드립니다. 포스트시즌이 시작되면서 시간이 금세 지나가는 것 같아요. 원래는 메이저리그 데뷔 해에 맞는 생애 첫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제 일기에서 각오를 밝히려 했지만, 좋은 경기를 보여드린 후 인사를 해도 되겠다 싶어 일기를 늦추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상상하지도 못했던 최악의 경기를 보이며 적잖은 충격을 받았고, 다행히 4차전이 다저스의 승리로 마무리되면서 제가 받은 상처가 조금 아물 수 있었습니다.
요즘 전, 미국 생활 첫 해에 해볼 수 있는 경험은 다하고 있는 것 같아요. 신인으로 메이저리그 최고의 무대를 경험하는 상황이 엄청난 흥분과 도전으로 다가오지만, 솔직히 부담 또한 만만치 않은 게 사실입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포스트시즌 3차전은 경기 시작 전부터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습니다. 다저스가 챔피언십시리즈로 직행하는데 분수령이 되는 경기였고, 이틀 전 불펜피칭으로 인해 생각지도 못했던 부상 논란이 가중되면서 조금 짜증도 났고, 그래서 더 잘 던져야 한다는 각오도 새롭게 하면서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그동안 올림픽이나 WBC대회에 출전하면서 큰 무대를 어떻게 운영해가야 하는지 경험해 봤기 때문에 만원 관중의 뜨거운 함성에 파묻혀 경기를 치르는 상황이 크게 어려울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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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처음으로 3이닝 4실점을 내주며 마운드에서 내려와야 했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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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투수를 직업으로 삼고 야구인생을 영위하면서 3차전 같은 바보 같은 실수는 이전에도 없었습니다. 1루 베이스 커버는 그렇다 쳐도 동점주자 프레디 프리먼을 막아보려고 홈으로 송구를 한 건 제가 미치지 않고선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는 행동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이죠.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겉으로는 긴장하지 않은 척 행동했지만, 제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었다는 사실을요.
유리한 카운트를 잡아놓고 포수가 볼을 던지라고 사인을 보냈는데 직구를 던져 적시타를 맞은 상황도 절로 고개가 숙여질 정도의 창피스런 장면입니다. 가장 중요한 3차전에서 다저스 입단 후 최악의 경기를 펼쳤고, 제 야구인생에서도 있을 수 없는 경기를 보여줬습니다. 제가 미쳤던 게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고선 그런 경기 내용이 나올 리가 없는 거잖아요.
그날 밤, 잠자리에 들었는데 쉽게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천장에는 야구장이 그려져 있었고, 비디오 화면을 통해 본 실수 장면들이 반복 재생되면서 천장에 그린 야구장이 안타까움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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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전 무리한 등판이라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호투를 펼쳤던 다저스의 진정한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 류현진은 커쇼에 대해 칭찬과 부러움을 안고 있었다.(사진=순스포츠 박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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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4차전. 많은 사람들의 의혹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1차전 선발이었던 커쇼가 다시 4차전의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솔직히 저도 커쇼의 4차전 선발은 무리수라고 생각했습니다. 감독님과 커쇼의 생각이 같았기 때문에 커쇼가 마운드를 맡게 됐지만, 결과에 따라 커쇼의 등판은 ‘모 아니면 도’식의 평가를 받겠다는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커쇼는 커쇼였습니다. 멋지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자타가 인정하는 미국 최고의 투수를 가까이서 지켜보며 야구를 대하는 그의 진지한 자세와 열정은 종종 감탄을 금치 못할 때가 있습니다. 이번 4차전 등판도 그의 열정이 가능케 했습니다. 팀에 대한 애정과 월드시리즈 우승에 대한 열망이 무리수였던 경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끔 도와준 것 같습니다.
가끔 커쇼와 저와의 차이점에 대해 연구해봅니다. 평균 구속, 슬라이더, 커브…, 제가 커쇼보다 잘 하는 게 거의 없더라고요. 나보다 한 살 어린 선수인데 커쇼는 인간계와는 다른 차원의 선수인 듯합니다.
가끔 커쇼와 저와의 차이점에 대해 연구해봅니다. 평균 구속, 슬라이더, 커브…, 제가 커쇼보다 잘 하는 게 거의 없더라고요. 나보다 한 살 어린 선수인데 커쇼는 인간계와는 다른 차원의 선수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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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베의 호수비에 고마움을 표시하는 류현진.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선후배이지만, 지금은 류현진 최고의 '베프'이자 한국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국민 형님'이다.(사진=순스포츠 박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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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전의 영웅은 뭐니 뭐니 해도 우리의 ‘국민형님’ 유리베 선수입니다. 만약 그 상황에서 번트를 성공했더라면 결과는 장담할 수 없었을 겁니다. 역전 투런 홈런을 치고 들어오는 형님의 모습은 위풍당당 그 자체였습니다. 오늘만큼은 사정없이 뽀뽀를 해드려도 형님이 다 받아들일 자신이 있다는 표정이었습니다. 형님 덕분에 우리는 3일이란 휴식을 선물로 받고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했습니다. 4차전의 진정한 영웅은 커쇼와 유리베 형님이었습니다.
일기를 통해 꼭 밝히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다. 3차전 전후로 나온 부상 논란입니다. 3차전에서 제 최고 구속이 94마일이었습니다. 94마일은 시즌 중 자주 나오지 않는 구속입니다. 제 몸이 진짜 아팠다면 그런 스피드를 찍을 수 없었을 겁니다.
만약 제 몸이 진짜 아프다고 가정해 봅니다. 그런데 경기에 출전하고픈 욕심에 의사가 부상이라고 해도 제가 안 아프다고 우기면 안 아픈 겁니다. 만약 제 몸은 아프지 않고 정상이라고 가정해 봅니다. 그런데 경기에 출전하기 싫어 의사가 이상이 없다고 진단해도 제가 아프다고 우기면 아픈 겁니다. 이번 부상 논란은 단순한 의혹으로 지나갔어야 하는데 미국은 물론 한국 언론에서도 계속 부상 의혹을 증폭시키는 바람에 제가 꽤 예민해졌던 것 같습니다. 단언컨대, 제 몸은 ‘이상 무’입니다. 더 이상 이런 의혹이 제기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제 우리 다저스는 챔피언십시리즈를 향해 진격합니다. 피츠버그와 세인트루이스의 최종 승자와 맞붙게 되는데요, 어느 팀이 올라와도 지금의 다저스라면 승리 공식을 써가며 월드시리즈를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저도 또 다시 큰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포스트시즌 3차전과 같은 실수는 반복하진 않을 겁니다. 아픔은 한 번으로 충분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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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LA다저스는 챔피언십시리즈를 맞는다. 피츠버그와 세인트루이스의 승자와 맞붙을 예정이다. 류현진도 등판 예정인데, 포스트시즌 3차전과 같은 실수는 절대 번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사진=LA다저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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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기는 류현진 선수의 구술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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